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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MI/영화 리뷰

영화 ‘브로커’ 결말분석 - 마지막 장면 이후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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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의 결말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아기 ‘우성’을 버린 엄마 ‘소영’(아이유, 이지은)이 아기를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 수진(배두나)의 이야기가 더해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이상한 가족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영화는 천천히 따라가면 결말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이 약간 모호하고 너무 빠르게 끝나버리는 바람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어서 제가 생각한 결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회 관람만 해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1. 아기를 지키기 위한 세 가지 다른 희생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를 찾은 후, 친모가 다시는 아기 앞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조건에 소영과 브로커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그들은 호텔에서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나눈 다음, 자신들이 가족임을 깨닫고 같이 살아갈 방법을 각자 고민한다.

소영은 자수를 택한다. 자수하고 3년을 살고 나오면 다시 아기와 살 수 있을거라는 형사의 말에 따른다.

동수는 입양 거래 현장에서 검거당한다. 상현과의 대화에서 소영이 자신들을 경찰에 넘겼을 때 소영이 아기와 살 수 있는지 되묻는다. 그는 그 둘을 위해 아무런 항변 없이 순순히 아기를 형사에게 넘겨주고 체포된다.

상현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는 아기의 친부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죽은 친부의 아내가 아기를 찾기 위해 고용한 사람이 상현의 아는 동생이었다. 그래서 바로 상현을 찾아오게 되었고 처음에는 4천만원이라는 금액에 넘어가 거래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차의 어둠 속에서 보인 본심처럼 그는 소영이 아기와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 이후로 아기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그는 아는 동생을 살해하고 4천만원은 현장에 두고 기차역에서 그 뉴스를 영혼이 나간 듯 바라본다.
그는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아기를 지키기 위한 또다른 방법인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과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2. 아기를 지키기 위한 형사 수진의 노력
형사는 아기를 팔아넘기는 현장을 덮쳐 검거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가짜 부부도 만들어보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소영을 포섭해서 도청까지 한다. 그런데 인신매매범이라 생각했던 그들이 사실은 아기를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아기가 팔리길 원한 건 자신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여기에서 소영이 순순히 포섭된 이유도 알 수 있다. 자신들 모두가 팔고 싶어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리려던 것이다.

형사도 아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평소 생각없던 결혼이 그것이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입양하고, 소영과 상현, 동수, 해진, 그리고 입양하려 했던 부모까지 연락하여 하나의 거대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3. 마지막 장면 : 형사 수진이 소영이에게 보내는 편지
마지막 장면은 형사가 소영이에게 보내는 편지와 이를 받은 소영의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소영이 감옥에 들어간 동안, 형사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입양하여 키운다. 그리고 모두가 만나는 기회를 만든다.
원래 입양하려고 했던 부부는 집행유예를 받아 아이를 입양할 수 없는 상태지만, 형사를 통해서 종종 아이를 만나고 있었다.

형사는 동수와 해진에게는 연락이 닿으나, 상현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해진은 연락을 받고 소영이와 아이를 만나기 위해 보육원을 빠져나와 히치하이킹을 하지만, 실패하고 보육원 차량에 붙잡혀 돌아가게 된다.

소영은 3년의 수감기간 보다 6개월 빨리 출소했고,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형사의 편지를 받고 부산의 공원으로 아이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이때 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상현이다. 세탁소 차량에 그들의 인생 사진 네 컷 중 한 장을 백미러 아래에 걸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리지 않고 소영이 공원에 가는 모습을 본 뒤, 차를 돌려 떠난다.


4. 마지막 장면 이후 : 그래서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상현은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아마 매번 공원에 차를 대고 소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편지의 내용을 모를 테니, 아마 우연히 형사와 입양하려 했던 부부가 만나는 것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소영이 아이를 만나는 것을 보기 위해 매번 공원에서 기다렸을 것이다. 다시 만난 걸 봤으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는 그가 브로커임을 생각하면 명확하다. 그는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주는 브로커였고, 소영에게 아이를 돌려주는 역할을 다 했으니 그들이 나설 자리는 없다. 이전까지는 돈을 위해서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좋은 부모를 찾아주었다. 더 이상 브로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걸어놓은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하기에 계속 공원에 차를 대고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다. 


해진은 언젠가는 탈출에 성공해서 공원까지 갔을 것이다.
동수는 소영에 대한 마음도 있었으므로 나타날 것이다.

반대로 모두가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다. 브로커의 일이 끝났으니, 모두가 소영 앞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해진은 계속 실패해서 나타나지 못하고. 

이는 각자 원하는 대로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감독이 일부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5. 결론 : 또 하나의 이상한 가족 이야기
그들은 다시 만나서 함께할 수도, 혹은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가족이다. 나눠 가진 인생 네 컷처럼 떨어져 있을지라도 서로가 삶의 기반이 되었다. 각자 그 사진을 소중히 걸어두고 성실히 살아갈 것이다. 소영의 삶이 달라졌듯이.

한 아이와 엄마, 아이를 팔려는 브로커, 이를 쫓는 형사, 아이를 살려는 부부, 입양되고 싶은 아이까지 모두가 하나의 가족이 되는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시 한번 이상한 가족 이야기를 만들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가족에게서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서 서로의 희생과 노력으로 새로운 가족이 탄생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지지와 사랑이 그 희생과 노력의 출발이다.
평범한 가족도 똑같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전하는 계기가 되어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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