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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MI/영화 리뷰

영화 ‘고스트 스토리’ 결말분석 - M이 남긴 쪽지의 내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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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고스트 스토리'의 결말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부를 포함한 스포일러를 다루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2017년 개봉한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데이빗 로워리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여자 M(루니 마라)와 남자 C(케이시 애플렉)이 함께 살던 중, 갑작스러운 C의 죽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유령이 된 C는 사후세계로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M을 지켜본다.
M은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날 때마다 그 집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글귀를 쪽지에 적어서 숨겨두곤 했다.
M은 이 집을 떠나면서도 쪽지를 남겼고, C는 이를 보기 위해 시간을 초월한 기다림 끝에 보게 된다.
그리고는 쪽지를 펼치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기다림을 마치고 사후세계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쪽지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M이 남긴 쪽지에는 어떤 글이 쓰여져 있을까?


1. 배우 루니 마라가 쓴 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감독은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것을 쓰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와도 그 내용을 공유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실제 그 쪽지는 집과 함께 부숴져 버렸고, 루니 마라는 무엇을 썼는지 까먹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런 단서를 얻을 수 없다.


2. 영화 오프닝에 등장한 글귀일까?

문득 잠이 깨면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Whatever hour you woke there was a door shutting.
- 버지니아 울프, ‘유령의 집’

위 문장은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소설 '유령의 집'의 첫 번째 문장이다.
이 문구가 영화 내용과 어떤 상관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 ‘유령의 집’을 읽어야 했다.
다행히 영어 원문이 인터넷에 공유되어 있고,
(http://www.world-english.org/woolf_haunted_house.htm)
감사하게도 번역이 되어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이라는 책에 실려 있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61905)
때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바로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집에서 잠이 깨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유령 부부가 자신들이 살던 집을 돌아보면서 그들이 숨긴 보물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화자는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들은 방, 정원, 2층, 다락방 등 모든 곳에 그것을 숨겨 두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그들이 화자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며 기뻐하고 있었고, 이를 본 화자는 그제야 그들이 숨긴 보물이 '마음속의 빛'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의 내용을 보면 영화의 내용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유령이 된 남자가 아직 살아있는 여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집에 담긴 추억을 소중히 하는 M은 소설 속 유령 부부와 비슷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더 놀라운 사실은 영화 속에서 유령이 된 M이 책을 펼쳐서 보인 글귀가 바로 이 소설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A moment later the light had faded. Out in the garden then? But the trees spun darkness for a wandering beam of sun. So fine, so rare, coolly sunk beneath the surface the beam I sought always burned behind the glass. Death was the glass; death was between us, coming to the woman first, hundreds of years ago, leaving the house, sealing all the windows; the rooms were darkened. He left it, left her, went North, went East, saw the stars turned in the Southern sky; sought the house, found it dropped beneath the Downs. "Safe, safe, safe, " the pulse of the house beat gladly.
'The Treasure yours."

위 부분의 내용을 보면,
아내가 먼저 죽었고, 남자는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그에게 집이 '당신의 보물이 아직 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보면, C가 유령이 되어 집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는 유령이 된 남자의 존재를 인식했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녀는 이를 계기로 그의 노래를 듣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렇게 영화에서 처음과 중반부에 등장한 소설의 문구를 적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어떤 문장을 적었을까?
인간의 관점에서 유령의 존재를 인식한 첫 문장을 적었을 수도 있다. 유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이 소설을 나타내는 첫 번째 문장을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장 자체가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영화 중간에 인용된 부분이라면 어떨까. 소설 속의 남자처럼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미라면, 아마 유령이 된 C는 사라지지 않고 M을 계속 기다렸을 것이다.
'보물이 아직 집에 있다'는 부분이라면, M이 C와의 추억을 소중히 한다는 것이므로,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떠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녀가 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일 수 있으므로, C는 계속 기다렸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또한 명쾌하지 않다.


3. 남자 C가 작곡한 노래의 가사일 수 있다.

Are you runnin’ late? Did you sleep too much? All the awful dreams felt real enough. Is your lover there? Is she wakin’ up? Did she die in the night and leave you alone? Alone. Mirror, mirror. There’s your crooked nose. What a stupid game. Getting nothing done with your longest track, your highest score, while you crush your back and lament the war. War. Am I runnin’ late? I get overwhelmed. All the awful dreams. All the bright screens. Is my lover there? Are we breakin’ up? Did she find someone else? And leave me alone. Alone.

M이 C의 노래를 듣는 장면이 길게 나온다. 그런데 막상 그 가사의 내용은 이별 후 외로움에 대한 내용이고, 마치 혼자 남은 M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유령이 되어 혼자가 된 C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지 묻기도 하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의 역할은 그녀가 집을 떠나게 하는 계기인 것 같다. 즉,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가사를 적었다면, 그녀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C가 깨닫게 되고 사후세계로 떠난다는 것에서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과 그 여운과는 결이 달라서, 이 또한 석연치 않다.


4. 결국 무슨 내용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1에서 볼 수 있듯, 감독의 의도는 아무도 그 쪽지의 내용을 모르게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쪽지의 역할은 그것을 같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게 만들어 유령이 된 C의 시점을 함께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다.
C는 그녀의 생각을, 자신과의 추억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유령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 나와 함께 할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C는 다른 거주인들을 쫓아내고, 집이 허물어져도 옆집 유령처럼 떠나지 않고, 재개발된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그렇게 끊임없이 기다리다 과거까지 가서 또 기다린다. 그녀를, 그녀의 그 쪽지를 보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시간을 기다린다.

그중에 한 파티에서 어떤 남자가 인간이 남기는 기록의 무가치함을 설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언젠가는 결국 인간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위대한 베토벤의 음악마저도 아무 의미가 없는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니 하물며 보통의 우리가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한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M의 쪽지이고 이것이 너무나도 소중해 C는 모든 시간을 기다리고, 과거까지 돌아가 다시 기다린다.
이렇게 보통 사람의 작은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영원보다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쪽지가 중요한 것이지, 그 내용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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