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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MI/영화 리뷰

영화 ‘헤어질 결심’ 결말분석 - 눈, 시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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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한 결말부분을 포함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라며, 영화를 다 보신 분들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그리고 1회 관람만 한 상태라 다소 부정확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형사 해준(박해일)이 죽은 남편을 애도하지 않는 서래(탕웨이)를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요 캐릭터와 그 행동을 분석하면 명확해집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진실을 보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 진실을 보는 사람 - 서래(탕웨이), 정안(이정현), 수완(고경표)
사랑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1.1. 서래(탕웨이)

서래는 모든 진실을 알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해준이 서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세가 바르고 꼿꼿해서라고 합니다. 이는 그녀가 모든 진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남편 기도수의 죽음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모든 일을 꾸몄으니까요. 그래서 경찰서에서 거짓진술을 하면서 웃습니다.

해준이 해주는 중국식 요리도 진짜가 아님을 알고 웃습니다. 웃음은 진실을 아는자가 모르는자의 행동을 볼 때 나타납니다.

서래는 해준이 쫓아다니던 산오(박정민)가 숨은 곳도 바로 찾아냅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봐요?’라는 말을 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그녀의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 남편의 살해도 유도했습니다. 철성이 자신의 핸드폰에 위치추적앱을 설치한 것도 알고 있었고, 철성의 엄마가 죽으면 자신의 남편을 죽일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협박할 때 바로 철성의 엄마를 찾아가 약으로 살해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준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준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사랑을 고백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 차가 있습니다. 한국어를 잘 못해서 그가 떠난 후에야 ‘붕괴’를 검색해보고 이해합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녹음한 이유는 다시 들어서 뜻을 확실히 알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깨닫습니다. 처음에는 해준의 마음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증거를 모두 지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에 마음을 서서히 열었고, 뒤늦게 모든 것을 알아낸 해준의 선택이 스스로를 ‘붕괴’하면서도 사건을 덮고 증거인 핸드폰을 돌려주는 것을 보면서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포항에서 해준의 ‘붕괴’를 되돌리기 위해 예전 사건의 증거 핸드폰을 다시 넘겨줍니다. 사건은 해결되지만, 자신이 사라져 해준의 미해결 사건으로 남으면 그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선택을 합니다.

한편, 그녀는 거짓 뒤에 숨을 줄 압니다.
한국말이 부족하다는 말 뒤에 숨어버립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도 드라마의 대사입니다. 허구의 대사를 사용해서 그 뒤에 숨어버립니다.
가발도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상황에 어울리는 가발을 잘 착용하며, 벗고 나서야 가발이구나 깨닫게 됩니다.
해준은 그녀의 모습, 행동 중에 무엇인지 진실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그녀가 모래를 파고 들어간 것과 모래 웅덩이가 물에 잠긴 것입니다. 그녀의 시체를 본 것은 아니기에 이 또한 위장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요.

1.2 정안(이정현, 해준의 부인)

밤늦게 걸려온 서래 남편의 부재중 전화 2통을 보고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단박에 알아챕니다. 그리고 바로 석류와 자라를 들고 해준에게서 떠납니다. 진실을 바로 보기에 헤어질 결심도 빠릅니다.

정신과 의사가 개원한지 얼마 안된 것도 단박에 알아챕니다. 안개가 많아서 아침에 해가 안뜨는데 산책하며 햇볕을 쬐는 처방이라니, 의사가 외지인임을 잡아냅니다.
한편 그녀도 거짓에 능한 것이 이주임이 남자라는 사실을 숨겼습니다. 해준은 이것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1.3 수완(고경표, 해준의 동료 형사)

서래가 범인임을 알고, 해준이 서래를 좋아하는 것도 알아챕니다. 경비처리 안되는 고급 스시를 대접하고, 취조할 때 밖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주변에서 볼 때 달라진 행동 때문에 쉽게 티가 나는데 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 - 해준(박해일), 기도수(첫번째 남편), 오가인(산오의 전 여친)
이 사람들은 사랑에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2.1. 해준(박해일, 형사)

그는 현실을 똑바로 보기 위해 안약을 넣어가며 노력한다고 하는데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우선 서래가 범인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잠복하여 서래를 지켜볼 때 서래가 엎드려서 웃는데, ‘마침내 우는구나’라고 잘못 봅니다.
산오(박정민)가 숨은 곳도 못찾습니다.
서래가 포항으로 따라와 경찰서에 화재경보 버튼을 눌러서 대피하게 된 것인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건물만 쳐다봅니다. 서래가 지켜보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서래의 옷이 파랑인치 초록인지도 못알아봅니다.

서래가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는 산 정상에서도 헤드랜턴 불빛 때문에 서래의 표정을 보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래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그녀를 의심하다 받아들인 그 순간, 사건 종결을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해서 관계를 멈춰 버립니다. 자기가 내뱉은 말이 사랑의 고백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아내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아마 서래의 마음을 알았다면 아내와 헤어질 결심을 했을 것입니다.

뒤늦게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번째 남편의 죽음을 사주한 것, 그녀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뒤쫓아 보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용의자로 바라보고 사랑을 의심한 것이 잘못입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의심만 하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포항 시장에서 서래 부부와 마주쳤을 때 ‘원전 완전 안전’이라고 말한 것도 진실을 못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생각해 보면 모든 원전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유머로 볼 수 있지만, 각자의 해석에 맡겨야 되겠습니다.

2.2 기도수(유승목, 서래의 첫번째 남편)

기도수는 등떠밀려 떨어지는 바람에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죽인 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협박 편지도 아내가 보낸 것도 모르고, 자신의 유서가 후배에게 전해진 것도 모릅니다.
그래서 죽은 자리에서 자신이 떨어진 절벽을 흐린 눈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사랑에 아내를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2.3 오가인(정하담, 산오의 전 여친)

산오는 해준과의 대치에서 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내뱉고 자살합니다. 그리고 건물 아래로 떨어지는데, 가인이 건물 위의 해준을 우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떨어진 산오가 자살한건지 해준이 죽인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모르고 해준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여기에서 영화에서 반복되는 눈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눈

3.1. 진실을 보지 못한 눈

영화에서 반복되는 흐린 눈과 그 눈에서 올려다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기도수의 눈, 산오 전 여친의 눈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선의 눈으로 보는 해준 부부의 모습도 있습니다. 아주 흐릿하게 보입니다. 약간 다르지만 철성 어머니 무덤의 시점도 있습니다.
모두가 진실을 보지 못한 채로 죽었거나 울어서 멀어버린 눈입니다.

위를 보는 것은 높이로 인한 권력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는 잘 보이는데, 아래에서 위를 볼 때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 강단이 높아서 학생들이 잘 보이는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진실을 알고 모르는 것이 높이를 통해서 표현되었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눈, 해준의 눈을 얘기할 차례입니다.
모든 진실을 마지막에서야 알게된 그는, 서래를 찾기 위해 바다로 쫓아와 또 위를 보며 안약을 넣습니다. 그렇게 잘 찾아보려 하지만 찾을 수 없습니다. 안약을 흘러 넘치도록 넣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을 헤메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보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합니다. 서래와의 이별로 인해 해준은 사랑에 완전히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3.2. 시선

눈과 함께 중요한 것이 시선입니다.
해준은 잠복을 좋아합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보기 위해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잠도 자지 못합니다.
그러던 그의 앞에 서래가 나타나는 순간, 카메라는 서래를 보여주지 않고 해준의 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잠복을 하면서 서래를 면밀히 관찰합니다.

그러던 그는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도중에 시선이 tv 드라마로 돌아갑니다. 아내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음을 돌려서 보여줍니다.

집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서래를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서래의 손길에 눈을 감고 잠이 듭니다. 더이상 그녀를 의심하지 않고, 용의자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완전히 서래를 믿고 빠져든 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래도 해준을 관찰합니다. pc방을 몰래 따라가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봅니다. 포항에서 몰래 볼 때는 면도를 안했는지, 말라보인다든지 걱정하면서 그를 봅니다.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사랑은 보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적인 것에서 호감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더 지켜봅니다. 그러다 보니 호감의 표시를 ‘보고싶다’라는 말로 합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의심과 관심의 시선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4. 결론

사랑은 안개 속에 숨은 미스터리 같은 것.
이별이 사랑을 완성하는 사랑의 아이러니함.


초록인듯 파랑인듯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게 사랑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마음을 더 많이 아는 사람이 권력을 쥡니다.
서래가 사건의 모든 진실과 해준의 마음을 알기에 우위에 있고, 모든 것을 주도합니다. 그녀는 미해결 사건이 해준의 관심을 차지한다는 것을, 즉 이별이 사랑을 영원하게 만든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별을 선택함으로써 해준의 마음을 ‘마침내’ 가져버립니다.



해준은 진실을 보기 위해 안약을 넣지만, 사랑에 현혹되어 서래의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옷 색깔, 가발, 웃는지 우는지, 범행 여부, 서래의 마음, 그리고 자신의 사랑 고백까지 모릅니다. 결국 그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서래의 사랑을 의심하다 ‘붕괴’되어 떠납니다.
뒤늦게 그녀의 진심을 깨닫지만 그녀는 이미 떠났습니다. 해준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완전히 눈이 먼 채로 그녀를 영원히 찾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한 이론입니다. 이런 관점도 있구나 참고 부탁드리며,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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