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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MI/영화 리뷰

영화 ‘헌트’ 결말분석 - 마지막 총성은 누구의 것인가? 왜 관객에게 선택하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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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감독 영화의 ‘헌트’를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관람했습니다.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는데요, 영화 제목인 사냥과 관련해서 결말분석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겉으로 보이는 사냥 대상 : 내부 첩자 동림

영화의 초반에 내세우는 사냥 대상은 국정원 내부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동림이라는 첩자입니다.
그래서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는 서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박평호는 돌봐주고 있는 조유정(고윤정)이 약점입니다. 일본에서 조총련계 학교를 졸업한 사실을 숨기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도는 그녀를 끌고 와 취조를 하면서 박평호를 압박합니다. 그녀를 북한 스파이로 몰아가고 박평호를 동림으로 지목합니다.

김정도는 목성사가 약점입니다. 목성사의 최 대표와 군생활을 같이 했고, 목성사의 군납계약이 급증했습니다. 김정도가 연관된 증거도 있구요. 그래서 박평호는 최 대표를 끌고 와 취조를 합니다.


2. 박평호(이정재)의 진짜 사냥 : 대통령, 목적 : 평화
박평호가 동림이었습니다. 그는 평화혁명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을 제거하고, 다음에 들어서는 대한민국의 정권과 북한이 평화 협정을 맺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의 궁극적 목적은 평화입니다. 


3. 김정도(정우성)의 진짜 사냥 : 대통령, 목적 : 심판
김정도 또한 대통령의 제거가 목표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의 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 김정도는 군인으로 있었습니다. 그 때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독재자를 제거하기로 결심하죠. 그래서 목성사를 통해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목적은 학살을 저지르는 독재자의 심판, 처형입니다. 

4. 박평호의 정체 발각
박평호는 부하직원 방주경에 의해 정체가 드러납니다. 동림의 흔적인 일본 출입국 기록이 박평호의 것임이 밝혀진 것이죠.
박평호는 방주경(전혜진)을 제거하고, 이를 도청하고 있던 장철성(허성태)가 김정도에게 알리게 됩니다.

김정도는 박평호를 추적하여 간첩단체를 급습하고,
그곳에서 박평호의 목적이 자신과 같은 대통령 제거임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그를 살려주고 죽은 장철성을 동림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최 대표를 찾아가 제거합니다.

가까운 사이였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최 대표를 제거하면서 그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5. 방콕에서의 대통령 사냥 : 진짜 목적의 충돌 (평화 vs 심판)
김정도는 북한군 암살범을 이용해 대통령을 제거하기로 합니다.
한편 박평호는 대통령을 제거를 신호로 전쟁이 시작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살리기로 결심합니다.
김정도는 북한군의 암살이 실패하자 직접 사냥에 나서지만, 실패합니다.

6. 조유정(고윤정)의 사냥 : 박평호
조유정은 북한군 스파이가 맞았습니다.
방콕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찾아온 박평호에 총을 겨눕니다.
박평호는 자신이 사냥감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정보원이 죽으면서 자신의 임무가 박평호를 감시하는 일이었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또 올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조유정 또한 자신을 감시하는 스파이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삶, 즉 사냥의 세계를 벗어난 다른 길을 가기를 바랐고, 새로운 신분의 여권을 건네줍니다.

조유정이 차에 내리면서 총소리가 나고 다른 공작원이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결국 조유정은 다른 삶을 살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7. 박평호는 왜 조유정에게 다른 길을 제안하는가?
조유정은 학생운동하는 친구들을 걱정합니다. 도망치는 문을 열어주고, 잡혀간 친구들을 걱정합니다.
그리고 박평호에게 ‘독재자보다 더 나쁜놈들이 독재자의 하수인이래.‘라고 말하고
정보부에 13년을 근무했다는 박평호에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멍청해.‘라고 말합니다.

박평호의 시각으로 보자면, 북한의 스파이가 남한의 민중을 걱정하고,
자신 또한 독재자의 하수인이면서 그게 나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상의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목적은 북한의 승리가 아니라, 민중의 평화입니다. 그래서 그녀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박평호와 같이 사냥하고 있지만 사냥당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녀 또한 누군가에게 사냥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녀라도 다른 길을 찾아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평화는 실패했으나, 개인의 평화라도 돕겠다는 그의 노력입니다. 
관객에 전하는 메시지도 이와 같습니다. 사냥에 있어 사냥꾼과 사냥감의 구분없이 모두가 사냥당할 것이니, 이를 떠나는 다른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8. 마지막 총성은 누구의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 조유정이 차에서 내리면서 왼쪽의 공작원에게 연달아 두 발을 쏩니다. 왼쪽의 공작원은 총을 꺼내려다가 맞고 쓰러집니다. 추가로 조유정이 한 발을 더 쏩니다. 이때까지 화면 오른쪽에서 섬광이 세 번 비칩니다. 아마도 이는 확인사살일 것입니다.  잠시 후 화면이 어두워진 다음 두 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현장에는 공작원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조유정 옆에서 나타난 공작원이 차의 앞쪽에서 왼쪽으로 갔고, 다른 공작원은 왼쪽 차문 쪽에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총성은 차의 왼쪽에 있던 공작원과의 총격전일 것입니다.  사격 스타일로 보면,  다른 공작원의 사격 방식과 비슷합니다. 차 안에 있는 박평호를 쏠 때 간격을 두고 두 발을 정확히 쏩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공작원이 조유정을 쏜 것이라면 조유정의 대응 사격이 없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러므로 조유정이 달려온 다른 공작원을 쏘고, 확인사살까지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 두 발의 간격을 생각하면 첫 발은 공작원을 쏘고, 그 다음은 조유정이 자살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조유정은 박평호에 대한 복수를 하고, 새로운 삶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삶을 살아도 자유롭지 못할 것을 알고 자신만의 선택을 내린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국가의 평화가 없는데 어떻게 개인이 자유를 찾아 평화를 얻을 수 있겠는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총성 하나하나가 누구를 향한 것인가에 따라 조유정이 다른 삶을 찾는데 성공했는가 또는 실패했는가 결말이 달라집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입니다.

 

9. 왜 관객에게 총성의 해석을 맡겼을까?

마지막 총성은 관객을 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냥감이 되는 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 또한 거대한 사냥터에 갇힌 사냥감에 불과함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관객에게 누가 총을 맞았는지 선택하게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총을 쥐어준 것이기도 합니다. 

누가 총을 맞았을지 사실상 관객이 겨누고 있는 셈입니다. 해피엔딩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조유정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녀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오늘날의 우리의 현실까지 이어집니다. 

 

이 둘을 더해서 총을 쏠 것인가, 아니면 맞을 것인가의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처럼 아직 대한민국에 평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또는 국가적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다툼의 상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냥감, 싸우는 상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맞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를 지시하고 감시하는 존재들에게서 싸워서 벗어나야 합니다. 

 

여기까지 제가 이해한 영화 ‘헌트’의 결말분석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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