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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MI/영화 리뷰

영화 ‘거미집’ 결말분석 - 마지막 김감독의 표정은 무엇인가? 거미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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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의 결말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 ‘거미집’은 갑자기 영화의 결말을 새로 찍으려는 김감독의 고군분투기 입니다. 

김감독은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로 그저그런 치정극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촬영이 다 끝난 영화의 새로운 결말이 떠오릅니다. 이렇게만 바꾸면 영화를 걸작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제작사 백회장의 반대, 바뀐 대본에 대한 심의 문제, 바쁜 배우들의 일정 문제.

영화는 이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말을 얻기 위한 김감독의 눈물나는 노력과 예술혼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별다른 해석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김감독의 표정이 오묘해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말 부분을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 결말 부분

영화 내내 우리는 영화를 찍어나가는 과정을 보고, 결말 부분에서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마지막 장면을 함께 지켜보게 됩니다.

찍을 때의 우려와 달리 영화는 성공적이었고, 기립박수가 쏟아집니다. 영화를 찍는 내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던 백회장, 배우들까지 모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환호 속의 김감독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그런데 마지막 김감독의 표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를 듣고, 작품에 만족하는 얼굴인지, 아니면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 얼굴인지. 

영화를 되돌아보면서 이 감정이 무엇일지 생각해봤습니다.

 

1.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표정

처음에는 자신의 작품이 걸작이라 느끼고 압도된 감탄하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자신이 남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든 감독이 되었음에 거장의 위엄, 거만함을 보이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얼굴이라서 만족하는 거장의 거만한 얼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2.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

어떻게 보면, 그토록 노력해서 수정한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가 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던 배우까지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만족스러운거죠. 

이 모습이 거장의 얼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작품, 더 좋은 작품을 위해서 계속 나아갈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자신이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걸작이 될 결말인데,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김감독의 뒷 이야기를 생각해봤습니다. 

 

3.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확인한 표정

김감독은 스크린에서 진짜를 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진짜 거미를 쓰기도 하고, 남자주인공 배우에게 한번이라도 스크린에서 진짜를 보고싶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영화에 진실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인간 본성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 자신입니다.

 

영화의 결말과 신감독의 화재 사건이 비슷합니다. 

영화 속에서 화재가 났을 때 2층으로 올라가 돈을 챙기는 장면은, 신감독이 죽을 때의 김감독과 백회장의 모습과 같습니다.

김감독과 백회장은 2층으로 올라가 각자 원하는 것, 신감독의 대본과 돈을 챙깁니다.

그 둘은 서로의 추악한 모습을 마주하지만, 입을 다물어 공범이 되었습니다.

백회장이 영화가 자신에 대한 폭로라면 각오하라고 경고까지 했었지요. 

하지만 백회장을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백회장도 박수를 보냈으니까요. 

 

그러면 결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김감독은 탐욕에 눈이 멀어 각본을 훔쳤고, 성공적으로 데뷔합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졸작만 찍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감독의 각본을 훔쳤다는 소문이 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결국 욕망에 붙잡혀 거미집에 갇혀버린 존재가 김감독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데뷔작을 넘어설 수 없고, 계속해서 그걸 넘어서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굴레에 갇혀버렸습니다.

 

영화 속 거미는 금고 안에 갇혀 있던 욕망입니다. 

돈과 함께 붙어 있던 끔찍한 재앙이죠. 금고를 열어버리는 순간 우리를 옭아매버리고, 더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영원히 욕망 속에 가두어버립니다. 

욕망에 충실하던 영화 속 캐릭터들이 거미집에 갇혔듯이, 김감독은 감독 데뷔에 대한 욕심, 걸작에 대한 욕심으로 거미집에 갇혀버렸습니다. 

 

아무도 이해못한 이야기는 바로 김감독 자신의 자기고백입니다. 

스크린에서 진짜를 보고싶어하던 김감독은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의 추악한 본 모습이 담기면서 영화는 걸작이 되었고, 

자신의 추악함을 발견하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게다가 이제 정말 걸작을 만드는 감독이 되면서, 꼼짝없이 앞으로도 계속 걸작을 만들어야만 하는 거미집에 갇혀버렸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불편한 얼굴이었던 셈입니다. 

송강호라는 또 한 번의 치트키로 김감독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영화 ‘거미집’에 대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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