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에 대한 인기가 높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까지 했으며, 2022년 9월 3일자 기준으로 13쇄를 돌파했다. 영화의 높은 완성도가 끝없는 파도처럼 여운을 남겼고, 이 여운이 각본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음이 당연하다.
뒤늦게 각본집을 읽고 나서 각본집이 주는 또다른 여운에 빠지게 되었으나, 약간의 단점도 느껴진다.
장점 1. 대사가 또렷하다.
영화가 녹음이 잘되어서 대사 전달이 좋으나, 하지만 영화의 장면 전환이 빠르고, 중국인이 한국어를 서툴게 말하는 장면이 있기에 대사를 놓친 부분이 있다. 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점 2. 지문을 통한 감정이 정확히 전달된다.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로 그 감정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걸 관객이 직접 추측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 장면과 대사에서 어떤 감정일지, 어떤 생각일지. 이 영화에서는 의심과 관심을 오가는 그 마음을 관객이 함께 따라간다. 서래의 감정과 표정을 물음표를 갖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서래와 해준의 감정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계속 의심하며 봐야 한다.
그런데 각본집에서는 괄호를 사용해서 그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기되어 있다. 영화를 이미 보면서 상상했던 그 감정을 구체적인 지문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 안타까움이 커진다.
단점 1. 영화의 모호함에서 오는 감정이 약해진다.
하지만 장점 2는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그 수많은 상상이 지문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래서 안개 속의 모호함이 걷히고 선명히 그들의 표정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영화가 너무 좋다면, 각본집을 읽는 것을 미루고 영화를 즐기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단점 2. 영화에서 편집된 부분을 알게 되어 영화의 간결함이 떨어진다.
영화에서 편집된 부분이 많지는 않으나, 약간 놀랐던 부분이 해준과 정안의 자식이었다. 한참 자라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집에 없지만, 해준과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언급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큰 자식을 보고 나니, 해준과 서래의 관계가 나쁘게 보인다. 이렇게 큰 아이를 두고 바람을 핀다는 이미지가 갑자기 생긴다.
그래서 몰랐어도 될만한 정보도 얻게 되니, 각본집을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결론. 영화 '헤어질 결심'의 팬이라면 어차피 읽게 될 것이다. 다만, 영화를 충분히 더 즐기고 각본집을 보자.
팬이라면 각본집이 너무 궁금할 것이다. 대사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활자로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다. 다만, 영화가 너무 좋다면, 영화를 더 즐기고 각본집을 접하는 것을 추천한다. 각본집보다 영화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각본집도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탄생했겠지만, 여기에서 더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가 영화임을 각본집을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왜냐하면 각본집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를 더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말하면, 영화가 너무 좋다는 말이다.
그러면 각본집을 볼 필요가 없느냐, 그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격렬한 감정이 파도처럼 덮쳤다면, 각본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들게 한다. 각본집 스스로도 참 꼿꼿하다. 그래서 영화가 좋았던 분들이라면 각본집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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